냉장고에 남은 반팩 우유 유통기한
너와의 삿포로 눈물 약속처럼 굳어버린
유리창에 새긴 손가락 방정식
몇 번의 회전으로 이별이 완성될까
니터가 올라간 오래된 스웨터 실타래
초침을 삼킨 채 추억의 루프 속에
27번째 우중에 스스로를 맡기고
'잊음'이라는 수취번호영을 기다려
파쇄기 속으로 밀어넣은 약속의 반란
너의 '영원'은 30일짜리 통조림이라며
난 유통기한 넘겨 썩은 달콤함을 삼켰지
CCTV에 맴도는 슬로모션 속
편의점 유리창에 녹슨 내 모습
신문지로 접은 노아의 방주엔
이미 비조차 재활용된 후였어
삭제 버튼으로 몰아낸 계절의 바람
미전송 '잘 자'가 타임라인에 추락할 때
비의 계절이 끝나야만 한다면
내 눈물로 하늘의 청명함을 스포일러해
심장박동을 무음 모드로
망막에 번지는 무성영화같은 기억들
네 거짓말이 키운 화려한 오로라
편의점 네온사인에 물든 가짜 빛
막차 지하철에 좌표를 지우고
길 잃은 달빛은 출근부에서 해방시켜
'추억의 종착역' 안내방송 속에
날 버려둬 999번 터널 깊이
커피 얼룩이 국경선을 넘나드는
영원히 닿지 못할 항구의 배편
6개 국어로 번역한 내 모습마저
사랑은 이미 사라진 방언이 되었네
편의점 오뎅 국물이 몇 밤을 끓여야
엽서 속 '영원'을 증발시킬까
자판기에서 산 마지막 별 조각
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약속보다 묵직해
기억에 소음기 장착
폭발할 화염은 필름 속에 봉인
네 좌표는 계산된 오차였지만
오차율 속에서 새 우주가 피어났지
카페인에 절인 미완료 시제들
사랑의 분자구조 재구성 실험실
모든 표본이 무의미해진 이 순간
내가 바로 사랑 공식의 완벽한 불량품
자판기 형광등 아래 고고학자가 되어
23가지 맛의 고독을 발굴해
미개봉 사랑의 말을 스캔하며
영수증에 새겨진 가시 돋친 축복
